지난 포스팅에서 집을 담보로 현금을 흐름을 만드는 ‘역모기지’의 개념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공적인 성격을 더해 만든 ‘주택연금’ 제도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려 합니다.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에 쏠려 있습니다. “평생 벌어 집 한 채 남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든든한 집이 있어도 당장 쓸 생활비가 없다면 그 삶은 풍요롭기 어렵습니다. 국가가 보증하여 더욱 안전하고, 내 집에 살면서 평생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노후 안전판,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부터 수령 방식, 그리고 숨겨진 비용까지 꼼꼼하게 정리하였습니다.
↗ [관련 포스팅] 역모기지(Reverse Mortgage)란? 장단점, 리스크
국가가 보증하는 ‘효자손’, 주택연금이란?
주택연금은 앞서 설명한 민간의 ‘역모기지’를 한국적 특성에 맞춰 정부(한국주택금융공사, HF)가 보증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정식 명칭은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입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가입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이 분에게 연금을 줘도 좋습니다”라는 보증서를 은행에 발급합니다. 은행은 이 보증서를 믿고 가입자에게 매달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죠.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국가 기관이 개입되어 있어 중단될 위험이 거의 없고, 가입자 보호 장치가 강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누가 가입할 수 있을까?
가입 문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기준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핵심 요건을 살펴보겠습니다.
- 연령 기준: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 가능합니다.
- 주택 보유수: 부부 기준 1주택자가 원칙입니다.
(다주택자라도 합산 가격이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면 가능, 2주택자는 3년 내 1채 처분 조건으로 가입 가능) - 가격 기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시세로는 약 17억~18억 원 수준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거주 요건: 가입자(또는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합니다.
(전세를 준 경우 가입 불가, 일부 월세는 가능할 수 있음)
수령 방식 선택
주택연금은 가입자의 재무 상황에 따라 돈을 받는 방식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종신 지급 방식
- 특징 : 평생 동안 매달 동일한 금액을 지급받음 (가장 일반적)
- 추천 대상 : 안정적인 생활비가 필요한 은퇴 부부
확정 기간 방식
- 특징 : 고객이 선택한 일정 기간(10~30년) 동안만 지급받음
- 추천 대상 : 국민연금 수령 전 소득 공백기(크레바스)를 메꿔야 하는 분
대출 상환 방식
- 특징 : 주택담보대출 상환용으로 목돈을 먼저 쓰고(한도 50~90%), 나머지를 연금으로 수령
- 추천 대상 : 기존 주택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 분
우대 방식
- 특징 : 기초연금 수급자 등 취약 계층에게 일반형보다 최대 20% 더 지급
- 추천 대상 : 소득이 적고 집값이 낮은 어르신

주택연금의 장점
민간 역모기지와 차별화되는 주택연금만의 강력한 혜택, 즉 ‘3가지 보장(3-Guarantees)’이 있습니다.
- 평생 거주 & 평생 지급: 집값이 떨어져도 연금액은 줄어들지 않으며,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대출금이 집값을 넘어서도) 내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평생 연금을 받습니다.
- 국가 보증: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므로 중단될 위험이 사실상 0%입니다.
- 합리적인 상속: 부부 모두 사망 후 정산할 때, [집값 > 대출금]이면 남은 돈은 상속인에게 돌려줍니다. 반대로 집값이 대출금보다 작아져도 부족한 돈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습니다. (비소구 대출)
주택연금의 단점
세상에 완벽한 상품은 없듯, 주택연금도 가입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비용과 단점이 존재합니다.
- 보증료 부담: 국가가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가입비(초기보증료)‘와 ‘연보증료’를 뗍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대출잔액에 가산), 연보증료는 보증잔액의 연 0.75% 수준입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대출 잔액을 빠르게 늘리는 요인이 됩니다.
- 물가 상승 헷지 불가: 연금액은 가입 시점에 확정됩니다. 나중에 물가가 2배가 올라도 연금액은 그대로이므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집값 상승 소외: 가입 후 집값이 폭등해도 연금액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단, 해지 후 재가입은 가능하나 초기비용 손실 발생)
마무리하며
주택연금은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인식의 변화와 함께, 노후 빈곤을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데 이걸 까먹어도 되나?”라는 걱정보다는, “이 집 덕분에 자식 눈치 안 보고 품위 있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만, 가입 시점의 집값과 나이에 따라 수령액이 확정되므로, 집값이 높을 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내 집의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공사 홈페이지에서 예상 연금액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주택연금 받다가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요?
배우자가 채무인수 약정을 통해 연금 수급권을 100% 승계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연금액 그대로 감액 없이 아내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지급됩니다. 단, 6개월 이내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해야 합니다.
이사를 가고 싶으면 해지해야 하나요?
아니요, 해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사 가는 새집으로 담보를 교체하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새집의 가격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될 수는 있습니다.
중간에 목돈이 필요하면 찾아서 쓸 수 있나요?
네, ‘인출 한도’ 설정이 가능합니다. 연금 지급 한도의 50% 이내에서 목돈을 수시로 찾아 쓸 수 있는 개별인출 제도가 있어 의료비나 관혼상제비 등으로 활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