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회사 그만둘 때 한 번에 받는 목돈 아니야?”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여러분의 노후 자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잠자고 있을지 모릅니다. 과거의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망하면 한 푼도 못 받을 위험이 있었고, 받은 돈을 홀라당 써버려 노후가 빈곤해지는 문제가 있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하지만 막상 가입하려고 보면 DB형이니 DC형이니, IRP니 하는 낯선 용어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가입했다가 연 1%대의 초저금리로 방치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오늘은 내 노후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의 정의와 유형, 그리고 운용 방식까지 초보 투자자의 관점에서 정리하였습니다.
퇴직연금 사외 적립
퇴직연금 제도의 핵심은 ‘사외 적립’에 있습니다. 과거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사내에 돈을 쌓아두는 방식이라 회사가 부도나면 근로자는 빈털터리가 되기십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줄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맡기도록 법으로 강제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져도 내 퇴직금은 안전하게 지켜지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이 돈을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운용(투자)’하여 은퇴 시점에 더 큰 자산으로 불릴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적인 제도입니다.

퇴직연금의 유형
가장 많이 헷갈리시는 부분입니다. 운용 주체가 누구인지, 결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확정급여형 (DB)
- 개념: “받을 돈이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근로자가 은퇴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따라 사전에 확정됩니다.
- 운용 주체: 회사입니다. 회사가 적립금을 굴려서 수익이 나면 회사가 가져가고, 손실이 나면 회사가 메워야 합니다. (근로자 개인이 추가납입 불가)
- 누구에게 유리할까? 임금 상승률이 높고 장기 근속이 가능한 대기업 근로자, 투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확정기여형 (DC)
- 개념: “회사가 낼 돈(기여금)이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회사는 매년 연봉의 1/12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줍니다. 그 이후는 근로자의 몫입니다.
- 운용 주체: 근로자(나)입니다. 회사가 넣어준 돈에 내가 추가로 돈을 더 납입(자유납입)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 돈으로 예금을 들든, 주식형 펀드나 ETF에 투자하든 직접 결정합니다.
- 누구에게 유리할까? 임금 상승률보다 내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을 자신이 있는 투자자, 혹은 임금 피크제 적용을 앞둔 근로자에게 유리합니다.
개인형 퇴직연금 (IRP)
- 개념: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모아두거나,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위해 내 돈을 자유롭게 추가 납입하는 ‘나만의 퇴직금 주머니’입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타서 써버리지 않게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소득이 있는 취업자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합니다.
| 구분 | 확정급여형 (DB) | 확정기여형 (DC) |
| 운용 책임 | 회사 (사용자) | 근로자 (가입자) |
| 수령액 |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 | 회사의 부담금 + 가입자 추가 납입금 ± 운용 손익 |
| 추가 납입 | 불가능 | 가능 (세액공제 혜택) |
| 장점 | 안정적 수령, 임금 상승 시 혜택 | 투자 성과 및 추가 납입에 따라 자산 증대 가능 |
| 단점 | 운용 수익을 근로자가 못 가져감 | 투자 손실 위험을 근로자가 떠안음 |
도입 효과
이 제도는 단순히 돈 보관 장소만 바꾼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재무적인 효용을 줍니다.
사용자(기업) 측면
- 법인세 절감: 퇴직연금에 납입하는 부담금은 전액 손비(비용) 처리가 되어 법인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재무 건전성 확보: 퇴직금을 매년 나누어 적립하므로, 일시에 목돈이 나가는 부담을 줄여 자금 흐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듭니다.
근로자 측면
- 수급권 보장: 회사가 망해도 금융기관에 예치된 내 퇴직금은 100%(DC형 기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 세금 이연 효과: 퇴직금을 IRP로 받아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당장 내지 않고 미뤄주며(과세 이연), 실효세율도 약 30~40% 깎아줍니다.

운용 방식 및 규제
퇴직연금은 노후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정부는 매우 깐깐한 운용 규칙을 적용합니다. 최근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제도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확정급여형 (DB)
회사가 책임지는 DB형은 회사의 지불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운용됩니다.
- 원리금 비보장 자산 투자 한도: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 투자는 적립금의 70%까지만 가능합니다. (보통 DB형은 회사 성향상 예금 위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적립금운용위원회 의무화: 최근(202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작성하여 어떻게 굴릴지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심의받아야 합니다. 주먹구구식 운용을 막겠다는 의지입니다.
확정기여형 (DC)
근로자가 직접 굴리는 DC형은 자율권을 주되, 방치되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 투자 규제 강화: 마찬가지로 주식 등 위험자산은 전체 적립금의 70%를 넘을 수 없습니다. 최소 30%는 안전자산(예금, 채권 등)에 둬야 합니다.
- 적립금 운용 방법 제시: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는 가입자에게 반기 1회 이상 위험과 수익 구조가 다른 3가지 이상의 운용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가장 핫한 이슈죠. 근로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TDF 등)으로 자동 굴려주는 제도입니다. 연 1%대 예금 금리에 묶여있는 돈을 깨우기 위한 조치입니다.
DC·IRP 추가 납입(연말정산 세액공제)
많은 분들이 회사가 넣어주는 돈만 퇴직연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DC형 계좌와 IRP 계좌에는 내 여윳돈을 추가로 넣을 수 있습니다(자유납입). 이를 활용하면 세금 혜택이 따라옵니다.
세액공제 13.2%~16.5%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IRP 추가납입분)을 합쳐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대상 | 세액공제율 | 최대 환급액 |
|---|---|---|
| 총 급여 5,500만 초과 (종합소득세 4,500만 원초과) | 납입액의 16.5% | 148만 5천원 |
| 총 급여 5,500만 이하 (종합소득세 4,500만 원이하) | 납입액의 13.2% | 118만 8천원 |
Tip: 이미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넣었다면, IRP나 DC에 300만 원을 추가로 넣어 900만 원 한도를 채우는 것이 국룰(Rule)입니다.
과세 이연으로 복리 효과 극대화
일반 계좌에서 해외 ETF나 펀드에 투자하여 수익이 나면 15.4%의 배당소득세를 떼갑니다. 하지만 DC/IRP 계좌에서 운용하면, 수익이 나도 세금을 바로 떼지 않고 먼 훗날 연금을 받을 때까지 미뤄줍니다(과세 이연). 떼어갈 세금까지 재투자되므로 복리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주의사항
묶이는 돈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추가 납입금은 중도 해지 시 ‘기타소득세(16.5%)’를 토해내야 합니다. 따라서 노후 자금 목적이 아니라면 신중해야 합니다. (단,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언제든 페널티 없이 인출 가능합니다.)
마무리하며
퇴직연금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DB형이라면 회사가 잘 적립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고, DC형이라면 내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은 이기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DC형 가입자라면, 이번 기회에 증권사 앱을 열어 내 퇴직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혹시 10년 전 가입한 예금 상품에 그대로 멈춰 있지는 않나요? 여러분의 무관심 속에 노후 자금이 잠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금융사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디폴트옵션’ 설정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관련 포스팅] ISA 계좌 및 연금저축 : 절세계좌를 활용한 투자의 첫걸음
자주 묻는 질문 (FAQ)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꿀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보통 임금 상승률이 정체되거나 임금 피크제에 들어갈 때 DC형으로 전환하여 직접 운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단, 회사 규약에 따라 전환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며, 한 번 DC형으로 바꾸면 다시 DB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퇴직연금을 중간에 찾아서 쓸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노후 보장을 위해 중도 인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금 마련, 본인 및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만 DC형과 IRP에서 중도 인출이 가능합니다. (DB형은 담보 대출만 가능)
회사가 망하면 내 퇴직금은 어떻게 되나요?
DB형의 경우 법적으로 적립금의 일정 비율(100% 목표) 이상을 외부에 쌓도록 하고 있지만, 만약 적립 비율이 부족하다면 일부만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DC형은 매년 내 계좌로 돈이 꽂히는 구조이므로, 회사가 망해도 이미 들어온 돈은 100% 안전합니다.
모든 투자는 작성자 및 플랫폼의 의견이 아닌 정보 제공용 참고자료일 뿐이며,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