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025년 12월 24일,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주식으로 갈아타거나(RIA), 환헤지를 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화려한 명분 뒤에 숨겨진 내용을 뜯어보면, 시장의 구조적 병폐를 ‘세금’이라는 반창고로 가리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앞선다. 물론, 꽉 막힌 외환시장의 수급 숨통을 트려는 시도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5,000만 원 한도, 유인책이 통할까?
정책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은 혜택의 규모다. 해외주식은 기본적으로 수익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22%의 세금을 매긴다. 가령 1,750만 원에 산 해외주식이 5,000만 원이 되어 3,250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면, 투자자가 내야 할 양도세는 약 660만 원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내년 1분기에 RIA를 통해 복귀할 경우 이 660만 원을 전액 감면받는다. 복귀 시점이 늦어질수록 혜택은 줄어들어 2분기 복귀자는 80%, 하반기 복귀자는 50%만 감면받게 된다.
소액 투자자에겐 660만 원이 적지 않은 돈일 수 있다. 하지만 수억, 수십억 원을 굴리며 시장 판도를 흔드는 ‘서학개미 큰손’들에게 이 셈법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매도 금액 한도가 인당 5,000만 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혜택을 받자고 잘 나가는 미국 우량주를 팔고 국내 시장으로 넘어올 유인은 크지 않다. 자산가들에겐 매력이 떨어지고, 소액 투자자들에겐 복잡한 절차만 남은 ‘애매한 숫자’인 셈이다.
💡 국내 시장 복귀 계좌 (RIA)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는 해외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도입된 전용 계좌입니다.
- 거래 구조: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을 이 계좌로 이체한 뒤, ‘매도 → 원화 환전 → 국내 주식 매수’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 대금이 필수적으로 원화로 환전되므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어 수급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 출시 일정: 정부는 이르면 26년 1월 말 증권사들이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전이라도 상품 출시 후 국내로 복귀한 투자자에게는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할 방침입니다.
수익률 71% 시장을 떠나는 ‘엑소더스’의 역설
더 큰 문제는 ‘조건’이다. 감면 혜택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매수한 국내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변동성 높은 한국 시장에서 1년이라는 의무 보유 기간은 투자자에게 상당한 리스크다.
여기에 뼈아픈 역설이 있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코스피 수익률은 71.6%로 미국 S&P500(17.2%)을 압도했다. 수치상으로는 세제 혜택 없이도 자금이 몰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투자자들의 11.6조 원 순매도와 해외주식 309억 달러 순매수라는 ‘엑소더스’다. 이는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수익률 부족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때문임을 방증한다.
70%가 넘는 수익률로도 잡지 못한 투심을, ‘1년만 버티면 세금 깎아줄게’라는 조건부 당근으로 되돌리겠다는 발상은 안일하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 없는 자금 유입은 결국 1년 뒤 썰물처럼 빠져나갈 ‘단기성 핫머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긍정적 시그널: 외환안정과 기업 지원
물론 이번 대책에 긍정적인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 효과다. 현재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1,611억 달러에 달한다. RIA 구조상 해외주식 매도 대금이 반드시 원화 환전을 거쳐야 하므로, 이 중 일부만 환류되어도 시장에 달러 공급(매도) 효과가 나타나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법 개정 전이라도 소급 적용하겠다며 속도전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기업 세제 합리화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정부는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익금불산입률을 현행 95%에서 10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는 이중과세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어 기업들이 해외 유보 소득을 국내로 들여와 투자와 고용에 쓰도록 유도하는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도 ‘선물환 매도’라는 새로운 환위험 관리 수단을 열어주었다는 점은, 비록 세제 혜택(최대 500만 원 공제)이 크지 않더라도 금융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 보여주기식 처방보다 체질 개선이 먼저
이번 대책은 입법 과정을 거쳐 2026년 1월 1일 이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1,611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들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 중 일부가 국내로 들어온다면 단기적인 외환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정직하다. 돈은 세금 혜택이 있는 곳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원한다면, 설익은 당근을 흔들기보다 투자자들이 왜 압도적 수익률의 안방을 버리고 떠나는지, 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부터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