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그록(Groq) 인수설의 진실은? 젠슨 황의 수술 전략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 AI 업계에 깜짝 선물을 던졌습니다. 바로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과의 빅딜 소식입니다.

처음에는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전격 인수로 보도되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니 이는 단순한 M&A가 아닌, 젠슨 황의 치밀하고도 외과수술적인 전략이 담긴 ‘마스터클래스’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엔비디아가 왜 그록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 뒤에 숨겨진 노림수가 무엇인지, 하드웨어와 비즈니스 전략 관점에서 정리해보았습니다.

리버스 애퀴하이어 전략

크리스마스이브,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는 “엔비디아가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을 2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뉴스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그록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발표합니다.

“우리는 엔비디아와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며, 창업자 조나단 로스를 포함한 핵심 인력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독립적으로 유지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돈은 29조 원이나 오가는데 회사를 사지는 않는다니요.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 AI(Inflection AI)를 삼킬 때 썼던 방식과 똑같은, 이른바 ‘리버스 애퀴하이어(Reverse Acqui-hire)’ 전략입니다. 껍데기(법인)는 남겨두고, 알맹이(핵심 인재와 IP)만 쏙 빼가는 것이죠.

왜 이렇게 했을까? 정답은 ‘규제 회피’입니다.

엔비디아가 그록을 통째로 인수하려 했다면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와 전 세계 반독점 기구의 현미경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ARM 인수 실패의 악몽을 기억하는 젠슨 황은, ‘비독점 라이선스’와 ‘인재 영입’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단 며칠 만에 경쟁자의 핵심 자산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록 Groq의 핵심 자산만 정밀하게 추출해내는 젠슨 황의 외과수술적 전략 일러스트

왜 하필 그록(Groq)인가?

엔비디아는 이미 AI 학습(Training)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록이 필요했을까요? 바로 다가오는 ‘추론(Inference)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 단계에서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가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AI가 대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에서는 ‘반응 속도(Latency)’가 생명입니다. 여기서 그록의 LPU(Language Processing Unit) 기술이 빛을 발합니다.

HBM 대신 SRAM

엔비디아의 H100 같은 GPU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용합니다. HBM은 용량은 크지만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레이턴시)는 느립니다. 반면 그록의 LPU는 칩 안에 SRAM을 직접 박아 넣었습니다. 용량은 작지만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결정론적 실행

GPU는 확률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느라 가끔 멈칫거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LPU는 컴파일 단계에서 데이터의 이동 경로를 미리 완벽하게 스케줄링합니다. 마치 신호등 없는 고속도로처럼, 예측 가능한 초고속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 GPU(HBM): 짐을 아주 많이 실을 수 있는 대형 트럭 (한 번에 많이 나르지만 출발이 느림)
  • LPU(SRAM): 짐칸은 작지만 총알처럼 빠른 스포츠카 (적은 양을 미친 속도로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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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roq

엔비디아의 큰 그림

이번 딜을 통해 엔비디아는 AI 하드웨어의 모든 퍼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엔비디아는 ‘루빈(Rubin) CPX’라는 새로운 로드맵을 통해 추론 시장 공략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제 그록의 기술이 합류하면서 엔비디아의 랙(Rack) 스케일 전략은 완벽해질 것입니다.

  • Prefill 단계 (질문 이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므로 기존 엔비디아 GPU가 담당.
  • Decode 단계 (답변 생성):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므로 그록의 LPU 기술이 담당.

즉, 엔비디아는 학습 시장뿐만 아니라, 빅테크들이 눈독 들이고 있던 ‘추론 시장’마저도 경쟁자들이 들어올 틈 없이 꽉 채워버리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구글의 TPU를 만들었던 천재 엔지니어 조나단 로스를 다시 엔비디아 진영으로 데려온 것은 덤이고요.

결론: 젠슨 황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많은 사람이 엔비디아의 독주가 언제 끝날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경쟁자가 자라날 싹이 보이면, 그 싹을 밟는 대신 자신의 정원으로 옮겨 심어버립니다. 그것도 규제 당국이 손쓸 틈도 없는 기발한 방식으로 말이죠.

그록 인수는 단순한 기술 확보가 아닙니다. AI 시장의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서비스(추론)’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왕좌를 지키기 위해 던진 신의 한 수입니다.

↗ [참고 기사] No, NVIDIA Isn’t Acquiring Groq, But Jensen Just Executed a ‘Surgical’ Masterclass That No One Was Expecting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그록(Groq)이라는 회사는 이제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법인은 유지되며 ‘그록클라우드’ 서비스도 계속 운영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핵심 인력과 기술 IP가 엔비디아로 넘어갔기 때문에,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셸 컴퍼니(Shell Company)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Q2. 이번 딜이 엔비디아 주가에는 호재일까요?

단기적으로는 200억 달러라는 거금 지출이 부담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호재입니다. 가장 큰 위협이 될 뻔했던 경쟁자를 제거하고, 약점이었던 ‘추론’ 분야의 기술력을 단번에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Q3. 다른 빅테크(구글, 아마존)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비상일 겁니다. 구글의 TPU나 아마존의 Trainium 같은 자체 칩들이 엔비디아의 GPU보다 추론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주장해왔는데, 엔비디아가 그록의 기술을 흡수하면 그 우위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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