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궤도로 올라간 소형 데이터 센터 모듈이 화제다. 우주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수신하고 처리했다는 소식에 테크 커뮤니티와 주식 시장은 또다시 ‘머스크 매직’에 열광하고 있다. 내년으로 예고된 스페이스X의 상장(IPO)을 앞두고 터져 나온 이 뉴스는 마치 인류가 곧 우주 인터넷 시대를 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한다. 이번 발사는 기술적 실증이라기보다는, 상장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획된 ‘가장 비싼 홍보용 불꽃놀이’에 가깝다. 엔지니어링의 한계와 비즈니스의 계산기를 무시한 채 쏘아 올린 이 청사진은, 궤도 위의 혁신이 아니라 지상의 주가를 위한 쇼맨십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험실’과 ‘현장’의 괴리
얼마 전 궤도에 안착한 데이터 센터 모듈의 성공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남극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남극 전역에 프랜차이즈를 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냉각’이다.
일반적으로 우주는 춥다고 생각하지만, 진공 상태는 열을 전달할 공기(매질)가 없는 ‘완벽한 보온병’과 같다. 지상 데이터 센터는 공기를 순환시키거나 물을 이용해 쉽게 열을 식히지만, 우주에서는 오직 복사(Radiation) 방식만으로 열을 방출해야 한다. 고성능 AI GPU가 뿜어내는 막대한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는, 서버 본체보다 수십 배 거대한 라디에이터(방열판)를 펼쳐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 냉각 구조물을 궤도에 올리는 비용은 계산서에서 쏙 빠져 있다.
AI 플랫폼 기업으로
왜 하필 지금인가? 답은 내년으로 다가온 스페이스X의 상장에 있다. 투자 시장에서 단순한 ‘물류 운송업(로켓 발사)’과 ‘AI 플랫폼 기업(우주 데이터 센터)’이 받는 기업 가치(Valuation)는 천지 차이다. 물류 회사는 영업이익으로 평가받지만, AI 플랫폼 기업은 ‘꿈의 크기’로 평가받는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단순한 ‘우주 택배 회사’로 상장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상의 전력난을 해결할 유일한 AI 인프라 기업”이라는 거창한 서사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수십 배, 수백 배로 뻥튀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재료다. 즉, 우주 데이터 센터는 실제 수익을 낼 비즈니스 모델이라기보다,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도구다.
공짜 태양광의 함정
꿈에서 깨어나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머스크의 주장대로 태양광은 공짜일지 모르나, 그것을 담을 ‘그릇(배터리)’은 공짜가 아니다.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위성은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시간 동안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없다. 결국 고성능 AI 칩을 끊김 없이 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용량의 배터리를 싣고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배터리가 우주 발사체 탑재 중량(Payload)의 대부분을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서버 한 대를 돌리기 위해 톤 단위의 배터리를 쏘아 올려야 하는 구조는, 지상에서 수십 년간 낼 전기세보다 훨씬 비싼 초기 진입 비용을 발생시킨다.
AS 불가 지역
지상 데이터 센터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우주는 ‘AS 불가 지역’이다. 팬 하나가 고장 나거나, 메모리 접촉 불량이 생겨도 수리할 기사(Technician)를 보낼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우주 방사선’이다. 대기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우주 공간에서 반도체는 끊임없이 방사선 피폭을 받는다. 이는 데이터 값이 멋대로 바뀌는 ‘비트 플립(Bit flip)’ 오류를 유발하고 칩의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킨다. 최신형 H100 칩을 싣고 올라가 봤자, 방사선 차폐 문제와 냉각 문제로 성능을 제한해야 하며, 3년 뒤에는 지상의 보급형 노트북보다 못한 성능을 내는 고철 덩이로 전락할 것이다. 업그레이드도, 수리도 불가능한 인프라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론 및 정리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술적 성취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왔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Feasible)’과 사업적으로 ‘돈이 되는 것(Viable)’은 별개의 문제다.
최근의 우주 데이터 센터 발사는 내년 상장을 위한 화려한 예고편이다. 하지만 그 예고편이 본편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주 데이터 센터는 인류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혁신이라기보다, 스페이스X의 주가 부양을 위해 고안된 가장 비싸고 화려한 무대 장치일 뿐이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가리키는 화려한 우주가 아니라, 중력이 작용하는 지상의 재무제표를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때다.
